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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적갈색 / 전명수

 

 

 

 

 

 

 

 

 

 

 

 

 

 

 

 

 

 

 

 

 

 

 

 

 

 

 

 

 

  둥그런 사과를 깎는다

  접시에 담자 5분도 못 넘기고 금방 갈변한다

  기다리지 못해 변심한 사과, 

  잠시 운 흔적일까

  생각할수록 슬픈 색깔이다

 

  눈물에 함유된 철분이 공기와 만나면

  갈색으로 변하는 시간 어머니는 전화를 하시면서

  가끔 우셨다

  머리 위에 거대한 산 하나를 얹은 것 같다

  갈수록 사는 일이 무뎌진 탓일까

  단단하지도 못한 나는 아직도

  어머니의 아린 심장을 헤아려주지도 못하고

  울음 귀퉁이를 펼쳐보지 못했다

 

  사과가 변하는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가

  흘린 눈물의 의미를, 

  어머니의 눈물 색깔을 바라보지 않았다

 

  달의 앞면을 보고 살았으니

  뒷면의 어머니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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