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서서히 잊혀지는 이름 석 자
처음엔 당연하게 그릇처럼 받아들이고
오로지 현모양처가 되는 꿈을 꾸었네
하나 둘 분신(分身) 같은 자식들을 출산하고
남편은 아이들 이름 뒤에 덧붙여져
나 아닌 가족으로 사는 게 행복이라 포장했네
살과 살 비비면서 속속들이 정 주더니
비좁고 답답하다 떠나간 자리마다
아롱져 문풍지처럼 떨고 있는 잔상(殘像)들
봄날은 빨리 가고 추위는 더디 가나
온기가 빠져나간 품 안은 헐렁해져
또다시 채워질 날을 기다리며 비어있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죽꽃 / 허의행 (0) | 2024.12.01 |
---|---|
보고픔에 / 황창남 (0) | 2024.12.01 |
관계에 대하여 / 산 들 (0) | 2024.12.01 |
이 맘 알까 / 황창남 (0) | 2024.11.30 |
고마운 일 / 양광모 (0) | 2024.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