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천천히 늙고 싶어요
백 년 전 쓴 시를 읽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어찌 알았을까요
일생 젖은 길을 걸어야 한다는 걸
급히 마음을 쓸어내며 밥 한 술 뜹니다
왠지 눈이 떠지질 않아요
찬 미역국 뜨겁게 밀어넣는데
동공이 시든 꽃을 꼭 닮았나요
불치에 걸린 아이 같아요
장난감을 삼킨 강아지 같아요
아, 촛불 켜는 걸 잊었어요
- 시집 『맨 뒤에 오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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