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시집오시던 날
꽃가마에서 내리자 신부로 또 새댁으로
자식 출산 후엔 엄마로
일 년에 한 번씩 자식들 학적부에
넓을 홍洪 광택 윤潤 구슬 옥玉
그의 이름은 빛났으나
아무도 부르지도, 기억하지도 않았다
한평생 두려움도 모르고 혹한의 빙벽을 뚫고
금맥 같은 자식 가꾸기에 목숨을 걸었다.
꽃 같은 큰 언니는 부모의 가슴에
눈물에 절인 무덤 하나 덩그러니 안기고 떠난 뒤
지친 몸 찢기어 검불처럼 메말라갔다
생애 끝임을 알리는 의사 선생님께서
홍윤옥 할머니 운명하셨습니다
비문인 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불린 이름
그날 이후의 시간은 영원히 닫혔어도
평생 홀로 살아야 했던 가슴 아픈 상처
삼백예순 밤을 목이 메는 그리움에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을까
그 마음 이제야 알 것 같다
- 시집 『햇볕의 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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