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라면을 기똥차게 끓여주던 양은냄비
한밤중에 일어나 출출하니
행복추구권을 책임지던 양은냄비
십 년 동안 끄떡없이 자취를 잘 하더니
이젠 찌그러지고, 손잡이가 헐거워지고
곰보처럼 잿빛으로 탈색이 되었다
갑자기 암전된 반지하 월세방에서도
삶의 저인망을 끌어당기며 어둠 속에서
해장라면을 맛있게 끓여주던 녀석
끓어 넘치던 생의 무늬여
혼술을 퍼마신 날
저 쭈굴쭈굴 찌그러진 양푼의 투덜거림
한껏 끓어넘치는 양푼의 뜨거운 울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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