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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그 여자 / 임정일

 

 

 

 

 

 

 

 

 

 

 

 

 

 

 

 

 

 

 

 

 

 

 

 

 

 

 

 

 

 

 

 

 

 

 

  큰맘 먹고 화장품 사다 주던 날
  숨겨둔 애인이 화장품 아가씨냐며
  시큰둥한 얼굴로
  내 뜨신 마음 냉장고에 넣는 여자

  돈 좀 많이 벌어 오라고 바가지를 긁다가도
  풀 죽어있는 내 모습 안쓰러워
  콩나물국 뜨끈하게 끓여 아침상 차리는 여자

  둘이 같이 걷다 마주 오는 젊은 여자여 곁눈질에
  매몰차게 째려보는 눈이 도다리 같아서
  잘근잘근 씹어 주고 싶은 여자

  누이 같아서
  엄마 같아서
  함부로 쏟아 놓은 말에 상처의 웅덩이 깊어도
  언제나 두레박엔 거친 것 가라앉힌
  맑은 샘물 퍼 올리는 순하디 순한 여자
  여자팔자 뒤웅박이라는데
  그 여자 지지리 복도 없다

  배필이라는 것이 태어나기 전 이미
  하늘의 연으로 짝 지워진 것이라면
  전생에 업보가 태산 같았을 여자

  그 여자
  이번 생 나 만나 하 고단하였으니
  다음 생은 좋은 인연 만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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