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뚜껑 삐뚤게 닫거나
단추 어긋나게 잠근 채 아침상 차리거나
다 큰 아들 씻고 있는 화장실 앞에서
구멍 뚫린 팬티 바람에 신문 읽고 있는
자꾸만 그렇게 하고 싶어지는
나를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러닝셔츠 바람에 일할 수 있는 밭도 없고
구부정한 자세로 엎어질 논도 없이
일찍 하얗게 센 머리, 늘어지는 뱃살에
아이들이나 입을 빈티지 청바지 걸치고
젊은 척 벌어먹고 산다
머리털 기름기는 빠지고 뇌 속도 헐렁해져
자꾸만 느슨해지는데
대한민국 평균수명은 나이 먹은 것보다
빨리 늘어나 먹고 살날이 까마득하다
쭈글쭈글해지면 노동력은 팔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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