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부러졌다 붙은 뼈의 통증으로
비가 올 것을 아셨다
살 속에 숨은, 볼 수도 없는 뼈의 미세한 떨림으로
하늘의 움직임을 주술사처럼 예언하셨다
어린 시절 나에게 할머니의 몸은 일기예보
운동회나 소풍 전날의 설레는 밤이면
할머니 곁에 누워 내일의 일기를 물었고
할머니의 예보는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그 할머니 세상 떠나시고
떠나시며 그 몸 내게 물려주셨는지
이제는 내 몸이 하늘의 변화를 감지한다
지난밤은 맑은 가을 하늘에 별들도 초롱초롱 빛났지만
아프고 난 몸의 한 곳이 심하게 땀에 젖어
새벽밥 먹고 학교 가는 딸아이에게
내일은 우산을 준비해야겠구나, 낮게 중얼거렸는데
세상을 때리는 요란한 빗소리에 내가 놀라 새벽잠 깨었다
나와 함께 살아가지만 내가 다스릴 수 없는 몸이 있으니
아문 상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세월을
이제는 어찌할 수 없나보다
하늘 보이지 않는 저편에서 흐려지거나 비가 오려면
칼 간 자리 욱신거리고 이내 땀에 젖는 세월이
내 몸을 자리하는 것을 어찌할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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