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으로 며칠간 혈변을 보고 나서야 작심한다.
술을 끊겠다고.
병원으로 가는 길에 여러 번 맹세했다.
"하느님, 이젠 정말 술을 끊고 당신을 믿겠습니다."
주(酒)에서 주(主)로 가는 길은
왜 이렇게도 어렵고 험난한가.
의사 선생님께서 "무병"이라고 판결을
내리더라도 술을 끊으리라.
그러나, 이 작심도 그때 가서 풀어질는지 모른다.
나의 마음은 간사하니까
"믿어주십시오, 하느님, 어떤 판결이 나더라도
술을 끊겠습니다."
병으로 인해 술을 끊는 것은 술꾼의 수치다.
건강한데도 스스로 술을 끊는 것은 술꾼의 명예다.
나는 이제 명예롭게 은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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