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들빼기는 씨가 잔게 흙에다 섞어 뿌리고
도라지는 잔설 있을 때 심거야 썩지 않는다네
진안장 귀퉁이 주재순 할매의 씨앗가게
요모조모 다 있는 씨오쟁이마다 쌔근거리는 씨들
요렇게 햇볕 좋고 날 따수어야 싹이 튼다네
흙이 보슬보슬해져야 쑥쑥 자란다네
세상에 저 혼자 나오는 건 아무 것도 없고
다 씨가 있어야 나온다는 할매 말에
금새 수숫잎이 일렁이고
참깨가 은종을 울리는 장터,
유복자가 해준 틀니에 등은 온통 굽었는데
나는 작은 게 좋아, 요 씨앗들이 다 작잖아,
요것 한 줌이면 식구들 배불리 먹인다는 할매는
길 걸을 때면 발길 닿는 데마다 씨오쟁이를 열어
갓씨 고추씨 오이씨 죄다 뿌린다네
할매에겐 땅 한 뼘 없어도 걸어댕겨 보면
천지에 온통 오목조목 씨뿌릴 땅이어서
어느 누가 거두어 가든 상관 않고 뿌린다네
누가 됐든 흡족하게 묵으면 월매나 좋겄냐고.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철 , 한 글자中 (0) | 2025.03.09 |
---|---|
어른은 겁이 많다 / 손씨 (0) | 2025.03.08 |
그리운 어머니 / 양광모 (0) | 2025.03.08 |
첫봄 / 김선희 (0) | 2025.03.08 |
노끈 / 윤준경 (0) | 2025.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