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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할매 말에 싹이 돋고 잎이 피고 / 고재종

 

 

 

 

 

 

 

 

 

 

 

 

 

 

 

 

 

 

 

 

 

 

 

 

 

 

 

 

 

 

 

 

 

  고들빼기는 씨가 잔게 흙에다 섞어 뿌리고

  도라지는 잔설 있을 때 심거야 썩지 않는다네

  진안장 귀퉁이 주재순 할매의 씨앗가게

  요모조모 다 있는 씨오쟁이마다 쌔근거리는 씨들

  요렇게 햇볕 좋고 날 따수어야 싹이 튼다네

  흙이 보슬보슬해져야 쑥쑥 자란다네

  세상에 저 혼자 나오는 건 아무 것도 없고

  다 씨가 있어야 나온다는 할매 말에

  금새 수숫잎이 일렁이고

  참깨가 은종을 울리는 장터,

  유복자가 해준 틀니에 등은 온통 굽었는데

  나는 작은 게 좋아,  요 씨앗들이 다 작잖아,

  요것 한 줌이면 식구들 배불리 먹인다는 할매는

  길 걸을 때면 발길 닿는 데마다 씨오쟁이를 열어

  갓씨 고추씨 오이씨 죄다 뿌린다네

  할매에겐 땅 한 뼘 없어도 걸어댕겨 보면

  천지에 온통 오목조목 씨뿌릴 땅이어서

  어느 누가 거두어 가든 상관 않고 뿌린다네

  누가 됐든 흡족하게 묵으면 월매나 좋겄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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