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일을 하다가
사고로 죽은 넷째 형이 자꾸 꿈에 뵌다며
아버지는 오백여 그루 사과나무를 모두
전기톱으로 베어버렸다
4월이었고
밑동이 잘린 나무에는 흰 사과꽃이 만발했다
막내야, 사과를 딸 때는 꼭지까지 함께 따야 한다
남아 있으면 나무가
열매가 달린 걸로 생각하고 잎을 떨구지 않은 채
없는 사과를 계속 키운단다
과수원 농사를 영영 접었지만
그 후로도 나는 오래오래
과수원집 막내아들로 불리웠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생애가 적막해서 / 허형만 (0) | 2025.05.03 |
---|---|
5월 / 최금녀 (0) | 2025.05.02 |
감나무 있는 동네 / 이오덕 (0) | 2025.05.02 |
울컥, 한 사발 / 서숙희 (0) | 2025.05.02 |
동거 / 조안 (0) | 2025.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