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한 생애가 적막해서 / 허형만

 

 

 

 

 

 

 

 

 

 

 

 

 

 

 

 

 

 

 

 

   빗소리가 이불 속으로 들어와

   내 팔을 끄집어다가 팔베개하고 눕는다

   숲에서 방방 뛰어놀았는지

   초록 내음이 콧속에서 진동한다

   이파리 초록을 떨구는 소리

   풀벌레 포르르 날갯짓 소리

   소리가 소리에게 서로 안부라도 묻는 듯

   밤새 가슴으로 파고드는

   빗소리가 가창오리 떼처럼 꿈속을 뒤덮는다

   한 생애가 적막해서

   잠 못 이루는 걸 다 안다는 듯

   말랑말랑한 빗소리가

   이불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년에도 봄바람이 분다 / 이채  (0) 2025.05.03
돌고래 자세 / 강기영  (0) 2025.05.03
5월 / 최금녀  (0) 2025.05.02
사후 / 고영민  (0) 2025.05.02
감나무 있는 동네 / 이오덕  (0) 2025.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