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가 보이는 언덕에 소금 창고가 있었어요
목이 쉰 갈매기를 닮은 부부가 그곳으로
아이의 재를 뿌리고 들어왔지요
부부는 허리춤에 연장주머니를 차고
눈물로 그린 집을 짓기 시작했어요
칸을 나눠 주방을 들이고
한편엔 아이이 방과 침실을 꾸몄습니다
이따금 길 잃은 갈매기를 위해
처마 아래 새장도 걸어 두었지요
아이의 빈방을 꾸미면서 여자는 종일
수평선 너머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만선의 배가 넘어오는 곳에 귀를 걸고
통통배의 불빛들 아이 웃음인 양 반겼지요
남자는 아이를 재운 바다에서 건져 올린
꽃게를 품삯으로 받아 왔습니다
세찬 파도에 얻어맞으면서 그는 종일
아이를 달래다 오는 중입니다
포구는 아이와 놀러왔던 부부가
그대로 아이를 보낼 수 없어
눌러앉은 곳입니다
배냇짓처럼 끼룩대는 갈매기와
포구를 드나드는 장난감 배
망토를 두른 기차는 오지 않아도 하루에 한 번
가물거리며 열차가 아이를 내려놓는 곳
꽃게처럼 기지개를 켜며 남자는
오늘도 배를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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