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금산의 보리암은
바닷새의 둥지처럼 절벽에 매달려 있었네
그 바위 절벽이 아름답다고
바라다뵈는 바다가 그림 같다고 말하지 말라
바랑에 쌀을 짊어지고 아둥바둥 오르는
쭈그렁 보살님네들이 더 아름다운 곳
길 아닌 길만 더듬어
언제든지 뛰어내릴 수 있는 벼랑 끝
혹은, 뛰어들 수 있는 바다
언제나 끝만을 생각하며 걸어온 나그네에게
끝이 시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
보리암은 절벽에 있었네
바닷새는 벼랑에 살고 있었네
남해금산은 가만히 세상으로 내려가는
길 하나를 풀어주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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