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의 등목을 해주다가
앙상하게 마른 아버지의 잔등을 지켜보네
쥐 잡듯이 자식들을 키우시던 아버지
걸핏하면 부리부리한 눈 부릅뜨시던 아버지,
세상에서 제일 무섭던 아버지
늙어 꼬부라진 뒤에는 내게 몸을 맡기셨지
내 몸 좀 씻겨다오 목욕 좀 시켜다오
목욕 다 마치도록 끝내 팬티는 못 벗으시다가도
아버지 괜찮아요 제게 맡기세요 그런 뒤부터는
며느리에게는 못 맡겨도
내게는 몸을 맡기시던 아버지, 거시기
이제는 아버지 거시기도 훠이훠이
저 세상으로 날아갔고, 오늘 욕실에서는
아버지 대신 그이의 등목을 해주네
그이의 여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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