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십 평생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어머니가
훨훨 날고 싶다, 꽃 피고 싶다
뼛가루 희게 빻아 흙에 섞인 어머니가
아득히 손 흔들어 피어오르는 시늉을 할 때
문밖에는 숲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돌아간다는 건 숲으로 간다는 말임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어머니, 숲으로 돌아가시더니
해마다 배롱나무 진분홍 꽃으로 살아오시고
향기로운 숨소리로 돌아오시고
아무 의심도 망설임도 없습니다
나 또한 지금 숲이 되고 싶습니다
바람을 재우는 떡갈나무 자작나무 잎갈나무들은
산 숲을 쓰다듬는 미루나무 팽나무 산딸나무들은
망사처럼 엉켜서 햇살을 걸러내고
꽃피고 싶다, 꽃피고 싶다면서
나는 숲을 그윽하게 끌어안습니다
돌아간다는 것은 숲으로 간다는 말이듯이
태어난다는 것은 새 움이 돋는다는 말이라고
숲은 밤으로 낮으로 나를 가르치지만
해 다 넘어가 저문 녘에야
처음인 듯 뉘우쳐 깨닫고 있습니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고등어 / 김현주 (0) | 2026.01.31 |
|---|---|
| 나를 고발합니다 / 맹태영 (0) | 2026.01.31 |
| 바쁜가? / 안정희 (0) | 2026.01.30 |
| 너에게 가는 것은 / 이춘천 (0) | 2026.01.30 |
| 모든 사랑은 가장 늦게 떠난다 / 신현락 (0) | 2026.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