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일곱의 머릿결 같은
비의 떨림을 들으며
나는 여관(旅館)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집에 누웠다
어두운 편지 한 통을 던져두고
내가 도망쳐온 세상에서
가장 먼 집은 여관이었다
어머니를 뒤지고 아버지를 뒤지고
아무리 뒤져도 집은 빈털터리
비는 박음질하듯 신작로를 뛰어가고 있었다
기차와 비둘기와 그림자와 알 수 없는 중얼거림 속에
나는 아무 곳에나 운반되어졌다
내가 제대로 도착할 곳이 없었다
위험한 평화는 계속되었다
세상 바깥을 걷는 듯 독한 방황을 가방메고
내가 도착한 한 사나흘 여관의 시절
나를 말없이 꼬옥 덮어주던
여관이라는 따뜻한 이불
내 청춘의 바슐라르가 은신하고 있는,
시멘트 바닥을 가슴치는 비의 현(絃)이 골목을 돌아나가고
연보라 등꽃의 여관이 비에 젖는다
저 여관이 외로울 때는 누가 안아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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