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했네.
난장에서 삼천원 주고 바지를 사 입는 여자,
남대문 시장에서 자주 스웨터를 사는 여자,
보세가게를 찾아가 블라우스를 이천원에 사는 여자,
단이 터진 블라우스를 들고 속았다고 웃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순대가 가끔 먹고 싶다는 여자,
라면이 먹고 싶다는 여자,
꿀빵이 먹고 싶다는 여자,
한달에 한두번은 극장에 가고 싶다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손발이 찬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리고 영혼에도 가끔 브래지어를 하는 여자
가을에는 스웨터를 자주 걸치는 여자,
추운날엔 팬티 스타킹을 신는 여자,
화가 나면 머리칼을 뎅강 자르는 여자,
팬티만은 백화점에서 사고 싶다는 여자,
쇼핑을 하면 그냥 행복하다는 여자,
실크스카프가 좋다는 여자,
영화를 보면 자주 우는 여자,
아이 하나는 꼭 낳고 싶다는 여자,
더러 멍청해지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러나 가끔은 한 잎 나뭇잎처럼
위험한 가지끝에 서서 햇볕을 받는 여자.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이가 든다는 건 (0) | 2015.01.17 |
|---|---|
| 지혜롭고 재치있는 인생살기 (0) | 2015.01.17 |
| 동피랑에 오면 / 이동훈 (0) | 2015.01.12 |
| 청보리 밭 / 박이화 (0) | 2015.01.11 |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인 것을- / 정현종 (0) | 2015.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