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랑에 오면 통영이 보인다.
강구안을 내려다볼 것 같으면
서귀포 앞바다와 남덕이 그리운 이중섭의 봉두난발이 보이고.
항구에 철선이 닿을 때면
오르내리는 손님과 화물을 좇는 김춘수의 반짝이는 눈빛이 보이고.
서문고개와 세병관 사이
아버지 집을 멀찍이 돌아서 지나는 박경리의 가여운 자존심이 보이고.
길 건너 이층집을 보며
중앙우체국에 편지 부치러 가는 유치환의 은은한 연애가 보이고.
명정동의 난이를 잊지 못해
술에 취해 시장 거리를 헤매는 백석의 닿을 데 없는 유랑이 보이고.
통영에 오지 못하고
통영의 멸치와 흙 한 줌에 울었다는 윤이상의 서러움이 보이고.
벽마다 꽃 피는 동피랑에 오면
중섭과 중섭의 사랑이,
통영과 통영의 사람이 다 보인다.
- 월간 <우리시>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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