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밤꽃이 흐드러지게 핀 마을을 만나면
외딴 집 문간방이라도 빌려
하룻밤 묵어 가고 싶어진다
오래 걸어온 나그네의 발냄새처럼
징하게 풀어놓는 밤꽃향기에
밤새도록 실컷 취하고 싶다
보잘 것 없는 무지렁이 삶이라 해서
한 번 쯤은 밤꽃처럼
독한 향기 징하게 내지른 적
왜 아니 없었겠는가
흰 밤꽃이 달빛 받아
더욱 희어지는 밤이면
화려한 꽃만 찾아 헤매던 나를 잠시 내려놓고
밤꽃 향기보다 독한 삶의 냄새에
흥건히 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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