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목련 / 이대흠

 

사무쳐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면

목련이라 해야겠다

애써 지우려 하면 오히려 음각으로 새겨지는 그 이름을

연꽃으로 모시지 않으면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한때 내 그리움은 겨울 목련처럼 앙상하였으나

치통처럼 저리 다시 꽃 돋는 것이니

그 이름이 하 맑아 그대로 둘 수가 없으면

그 사람은 그냥 푸른 하늘로 놓아두고

맺히는 내 마음만 꽃받침이 되어야지

목련꽃 송이마다 마음을 달아두고

하늘빛 같은 그 사람을 꽃자리에 앉혀야지

그리움이 아니었다면 어찌 꽃이 폈겠냐고

그리 오래 허공으로 계시면

내가 어찌 꽃으로 울지 않겠냐고 흔들려도 봐야지

또 바람에 쓸쓸히 질 것이라고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라고

 

   - 이대흠,『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창비, 2018)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탓 / 이나경  (0) 2022.04.23
생각나는 사람 / 박천서  (0) 2022.04.23
목련꽃 옆에 눕다 / 김해자  (0) 2022.04.23
밤꽃 피는 마을 / 백승훈  (0) 2022.04.23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 구경애  (0) 2022.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