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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시시한 시

 

 

 

 

 

 

 

 

 

 

 

 

 

   수많은 파도에 떠밀려 항구는 저만치 멀어졌다

   어차피 돌아갈 수 없다

   삼각파도의 끝에서 물이 새는 조각배 위

   간신히 버티고 있다

   돌아보니 항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몇 개의 아름다운 섬도 만났고,

   끼룩거리는 갈매기 날갯짓도 즐거웠다

   격랑 속에서 한없이 흔들렸고,

   달빛 없는 까만 밤도 숱하게 지나갔다

   난파선도 만나고, 쾌속정도 만났지만

   항구를 떠나다 시 돌아갈 수 없는 건 매한가지다

   이제 바라는 건 물결 잦은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낚싯대 드리우고 작은 물고기나 건져 올려

   한잔 소주에 취하는 일이다

   지나가는 배가 있으면 손이나 흔들어줄 일이다

   우린 모두 항구를 떠났고,

   결코 항구로 돌아갈 수 없는데도

   가끔씩 멀미 때문에 괴로운 저녁이면

   떠나온 포구의 따스한 불빛이 그립다

 

 

 

    - 오광수 시집 "이제와서 사랑을 말하는 건 미친짓이야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