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에서는 눈물샘이 열렸으면 좋겠다
억새밭 너머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을
눈물로 맞이했으면 좋겠다
저편 가을 일렁이는 추억 사이로
한 겹씩 옷을 벗는 여인의 숨소리를
눈물로 불러냈으면 좋겠다
눈부신 하루를 주신 누군가에게
눈물 보이며 고맙다고 손 흔들면 좋겠다
누군가 이 가을을 그냥 두고
단풍 사이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겠지만
그 이별조차도 아름다운 눈물이었으면 좋겠다
펑펑 울기도 애매한 메마른 중년의 가을 문턱에서는
눈물을 파는 자판기라도 있으면 좋겠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그대 품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어버릴 수 있다면
이 가을이 좀더 서러울 수 있으련만
나는 가을의 눈썹쯤에 애매하게 서 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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