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하얗다
나를 박차고 달아나는 밤은 대낮처럼 하얗다
무수히 뒤척일 때마다 버석거리는 밤은
다른 나를 수없이 번식시켜 왕궁을 짓기도 하고
허물기도 하며 장미꽃이 되었다 나비도 되었다
카멜레온처럼 몸 바꾸는 나
여러 개의 얼굴 뒤에 숨어
여러 개의 풍경 속에 나를 분산시킨다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는
불면의 유충들, 애벌레들, 나비들
증오하면서도 가면의 춤사위를 즐기고 있는 나
하얀 밤이 나를 자꾸 번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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