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양치질 / 구순희

 

 

 

 

 

 

 

 

 

 

 

 

 

 

 

 

  아침 공양 마친 행자승이

  약수 한 바가지로 양치질 하신다

  둥근 해 토해 내고 그믐달도 비벼 빨고

  천둥 번개 소나기도 다 게워내신다

  먼 산 푸른 피도 빡빡 닦고 노승의 백태도 긁어 주신다

  흥부가 박을 타듯 골똘하던 칫솔질

  이밥 한 숟가락에 탐스러운 반찬 얹듯

  먹음직스러운 치약을 듬뿍

  칫솔질하는 팔이 불끈불끈 일어선다

  죽을듯 닦던 치아 닳을까 걱정인데

  주지스님 슬리퍼 자락에 깔려

  무덤덤하게 지나가던 바람이 별 것 아니라고 고개 돌린다

  때마다 누가 부르지 않으면  종일 저러고 지내신단다

 

   지독하게, 도, 닦으시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가 예쁜 여자 / 나태주  (0) 2024.01.29
몽혼 [夢魂] / 이옥봉(李玉峰)  (0) 2024.01.29
소주에 대하여 / 구재기  (0) 2024.01.29
달맞이꽃 / 이홍섭  (0) 2024.01.29
불면 / 박현자  (0) 2024.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