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양 마친 행자승이
약수 한 바가지로 양치질 하신다
둥근 해 토해 내고 그믐달도 비벼 빨고
천둥 번개 소나기도 다 게워내신다
먼 산 푸른 피도 빡빡 닦고 노승의 백태도 긁어 주신다
흥부가 박을 타듯 골똘하던 칫솔질
이밥 한 숟가락에 탐스러운 반찬 얹듯
먹음직스러운 치약을 듬뿍
칫솔질하는 팔이 불끈불끈 일어선다
죽을듯 닦던 치아 닳을까 걱정인데
주지스님 슬리퍼 자락에 깔려
무덤덤하게 지나가던 바람이 별 것 아니라고 고개 돌린다
때마다 누가 부르지 않으면 종일 저러고 지내신단다
지독하게, 도, 닦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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