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이 깔깔하거나 속이 텁텁한
술 마신 다음날이면 중앙동 2가와 인접한 동광동
백산기념관 뒤에 있는 중앙대구탕 집으로 간다.
이 집의 별미 멸치쌈밥을 먹으려 간다.
몸집이 뚱뚱하고 후덕하게 생긴 아줌마가
끓여내는 멸치 된장찌개와 쌈
입맛을 돋구는 보글보글 끓는 된장
구수한 된장냄새에 군침이 돌지만,
보라! 뜨거운 뚝배기 속에 와글거리는
저 싱싱한 멸치떼들을.
푸른 상추로 후리질하여 싸 먹을 때
잎사귀에 푸들거리는 심해의 맥박은
중앙동 가로등 불빛처럼 출렁거린다
외지에서 친구라도 오는 날이면
멸치쌈밥을 먹으러 간다.
대구탕은 비실비실 자리를 뜨고
뚝배기 속에 멸치 떼가 팔딱거리며
우르르 몰려나와 반겨준다.
- 시집 <파도꽃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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