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을 연마하려고 돼지국밥을 먹으러 간다
그것도 모자라 정구지 마늘 새우젓이 있다
푸른 물 뚝뚝 흐르는 도장을 찍으러 간다
히죽이 웃고 있는 돼지 대가리를 만나러 간다
돼지국밥에는 쉰내 나는 야성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시장바닥은 곳곳에 야성을 심어 놓고 파는 곳
그 따위 현혹되지 않고 오로지 야성만을 연마하기 위해
일념으로 일념으로 돼지국밥을 밀고 나간다
둥둥 떠다니는 기름 같은 것
그래도 남은 몇 가닥 털오라기 같은 것
비계나 껍데기 같은 것
땀 뻘뻘 흘리며 와서 돼지국밥은 히죽이 웃고 있다
목 따는 야성에 취해 나도 히죽이 웃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면 마늘 양파 정구지가 있다
눈물 찔끔 나도록 야성은 시장바닥 곳곳에 풀어 놓은 것
히죽이 웃는 대가리에서 야성을 캐다
홀로 돼지국밥을 먹는 이마에서 야성은 빛나다
- 시집 『야성은 빛나다』 -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도시장 / 신용성 (0) | 2024.06.07 |
---|---|
낮술 / 이홍섭 (0) | 2024.06.07 |
멸치쌈밥집 / 이상개 (0) | 2024.06.06 |
저곳 / 박형준 (0) | 2024.06.05 |
범종 앞에서 - 낙동강 422 / 서태수 (0) | 2024.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