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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불륜을 꿈꾸다 / 김순영

 

 

 

 

 

 

 

 

 

 

 

 

 

 

 

 

 

 

 

 

   나는 가끔 불륜을 꿈꾼다

   넓디넓은 밭고랑에서 하늘 한 번 쳐다보며 허리 펴는 

   수염 텁수록한 사내의 그 맑은 눈빛과

 

   투박한 손 언저리에 간간히 굳은 살 박혀

   꺼끌꺼끌한 세상 꼭 움켜쥐고 있으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는 속 넓은 사내와

 

   리프트 언저리에 서성이다

   손톱밑에 기름때가 지워지지 않은 사내의 따뜻함과

 

   술집 모퉁이에 서서

   거품 많은 맥주 한 잔을 거침없이 들이키는 배포 큰 사내와

 

   세상 이야기 안주 삼아 내일의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그런 사내와 아무일 없이 하룻밤을 새워도 좋겠다는

   빈 껍데기 같은  생각을 하면서

   불륜을 꿈꾸고 싶은 것이다

 

   끼리끼리라는 말이 얼마나 행복하고 끈끈한 사랑인지

   남몰래 가슴속에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책임진다는 말 허투루 하지 않는

   그런 사내와 만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