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불륜을 꿈꾼다
넓디넓은 밭고랑에서 하늘 한 번 쳐다보며 허리 펴는
수염 텁수록한 사내의 그 맑은 눈빛과
투박한 손 언저리에 간간히 굳은 살 박혀
꺼끌꺼끌한 세상 꼭 움켜쥐고 있으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는 속 넓은 사내와
리프트 언저리에 서성이다
손톱밑에 기름때가 지워지지 않은 사내의 따뜻함과
술집 모퉁이에 서서
거품 많은 맥주 한 잔을 거침없이 들이키는 배포 큰 사내와
세상 이야기 안주 삼아 내일의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그런 사내와 아무일 없이 하룻밤을 새워도 좋겠다는
빈 껍데기 같은 생각을 하면서
불륜을 꿈꾸고 싶은 것이다
끼리끼리라는 말이 얼마나 행복하고 끈끈한 사랑인지
남몰래 가슴속에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책임진다는 말 허투루 하지 않는
그런 사내와 만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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