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 한참을 걷다가
뒤돌아 보면 생각이 나듯이
돌아갈 곳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래 언덕에 놀던 아이가
산 그늘이 짙어져 엄마품이 그리워지듯이
몽당연필 볼펜 깎지에 끼워 고사리손에 붙들려
누래진 공책 위에 산수공부하며
꼬장해 진 얼굴엔 흐르는 땀방울도 모른 채
구슬치기 고무줄 놀이 하던 동무들이
그곳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토닥토닥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잠 못 들더라도 좋았던 집에
타닥타닥 장잣불 타는 소리가
추위를 몰아내던 곳이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황토벽에 발라진 신문지의
잉크냄새가 진하게 베어 나던
구들장 아랫목이 그리워 논둑길 걸을 때면
저만치 밥 짓는 연기가 피어나던 곳이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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