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0시까지 하는 고등학교 자율학습 시간
어둠 속에 비가 와서 아버지가 우산을 주러
교실까지 찾아오신 적이 있었다
그 우산을 잡았을 아버지의 손
그 우산을 잡았을 나의 손
왜 그 우산을 다시 잡아보고 싶을까
30년이 더 지나 이제
우산을 전해줄 아버지도 안 계신데
문득 왜 그 우산이 애틋하게 생각났을까
우산은 평소엔 잊혀졌다가 비가 올 때만 생각나는 것
그때뿐만이 아니라 아버지는 늘 내가
비 맞지 않는 생을 살기를 바라셨을 것이다
나에게 우산이 되어주고 싶었을 것이고
비가 쏟아지는 날엔
언제든 우산을 주러 찾아오고 싶었을 것이다
생의 폭우에 몸을 가릴 수 없었던 날 많았으니
비에 젖어 내 좌절과 슬픔에만 골몰한 날 많았으니
아버지께 생의 우산 한번 되어드리지도 못한 나는
왜 이제사 우산을 들고
무작정 아버지를 찾아가고 싶을까
아 영영 잃어버린 나의 우산,
어딘가에서 비 맞고 계실 것 같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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