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유행가 같은 계절
지는 잎새, 모난 돌 하나 한 번 바라보고
스쳐가는 발길에도
이름 모를 身病이 깊어오고
산다는 의미 앞에서 애써 감추고 더러는 잊어왔던
내가 죽고 네가 사는 일
네가 죽고 내가 사는 일
그 통속적인 연민에 다시 가슴 시리는 것은
우리들 삶의 안팎에 日記처럼 묻어 있는
저 아득한 날에의 이루지 못한 꿈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우리들 인생은
한 번씩 성숙하고 계절은 한 번씩 지고
때마다 아프고 때마다 잊을 일 아니라도
무엇에든 애착할 수 있는 한 가지 추억이 있음은
아직은 살아 있는 날의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주 끝나지 않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