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벗이 몇인가 싶어 헤아리다
갑자기 잠적한 순박하고 소탈한 벗 생각에
무시로 사무실에 들러서는
퇴근시간까지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날 보고 싶어 왔노라고
너스레를 떨던 맑은 혼의 벗
텔레파시가 통했나 두어 달 만에 걸려온 전화
고향 영덕에서 좀 떨어진 어촌
낮에 배 타고 나가 고기 잡고 밤엔 함바집에서
시간 죽이고 있다고
담담한 만큼의 절절한 목소리
어설픈 핑계 몇 마디 아내에게 남기고
배낭 메고 책 한 권 달랑 넣고
친구의 바다 동해로 갔건만
바다가 허허로워 육지로 갔나 벗님은
언제 들어도 가슴 설레는 외박
원고지뭉치 빈 소주병 나뒹구는
벗의 체취를 뒤로하고 나 홀로 바닷가에
기십 명의 정리해고를 도맡아 처리하곤
양심상 도저히 자리 지키고 있을 수 없다며
실직을 자처한 지 일 년째
흐르는 세월을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눈빛
서울행 새벽열차 차창으로 어른거리는
벗과 그의 아내
벗 없는 서울 하늘 아래
소주 들이킨 기차는 목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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