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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헌 집 / 김윤배

 

 

 

 

 

 

 

 

 

 

 

 

 

 

 

 

 

 

 

 

 

 

 

 

  바람이 혼자 산다

  바람처럼 드나드는 그녀는 발소리도

  말소리도 없다

  바람을 먹고 사는 바람꽃이 찾아오는 날은

  그녀를 떠나 있던 물 긷는 소리도 오고

  밥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온다

  헌집은 소리들,

  미세한 소리들로 차고 기운다

  후박나무 그림자가 더욱 길어지고

  그녀는 후박나무 아래서 바람을 더듬는다

  바람의 여린 뼈가 만져진다

  그녀는 주름투성이의 입술을 문다

  후박나무 잎새들이 검게 변한다

  헌 집이 조금씩 산 기슭으로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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