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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인고 / 이정영

 

 

 

 

 

 

 

 

 

 

 

 

 

 

 

 

 

 

 

 

 

 

 

 

 

 

 

 

 

 

 

 

 

 

 

 

 

 

     연필로 그어진 흑연의 흔적은

     지우개로 지울 수야 있겠지만

     종이 위에 눌려 지나간 연필의 자국까지

     함께 지울 수는 없더랬다

     창백함이 이토록 선명하게 비춰지는 밤에는

     지난날 차마 지워내지 못했던

     이제는 먼지 쌓이고 바래버린 감정들이

     공허한 마음을 이끌고 툭 하고 튀어나오기도 하며

     그로 인해 애써 감춰왔던 마음의 흉터들은

     감출래야 감출 수가 없는 지경에 아르기도 한다

     나라는 사람은 아플 땐 아프다고

     슬플 땐 슬프다고 타인에게 탄식할 만한

     배짱도  비워내고자 하는 용기도

     무엇 하나 갖고 있지 않기에

     늘 입 밖으로 내지르지 못하는 이 비참함을

     침묵 속에 얼려둔 채

     다음 계절을 기다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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