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이 뒤틀릴 때마다 순대가 생각난다
밸 꼴리는 세상에서
구절양장(九折洋腸) 인생을 살아내자면
꼴리는 밸을 어찌 저찌 대처했을 돼지가 스승인 듯
순댓집은 늘 북적대는 사람들로
돼지처럼 살아낼 재간을 배우려는 이들로
나도 순서를 기다려
한 그릇씩 먹고 나면 뒤틀린 밸을 펴는
신통술이라도 깨우쳤다는 듯이 웃고들 나간다
순대야말로 먹는 경전이다
- 유안진 시집 『다보탑을 줍다』, 《창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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