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그들의 처방전 / 고영서

 

 

 

 

 

 

 

 

 

 

 

 

 

 

 

 

 

 

 

 

 

 


 

  아프리카에 다녀왔다는 수녀님 이야기다

 

  밀림지역에서 봉사를 하다보면

  말라리아는 수도 없이 걸린다는데

  한국의 수녀들은 말라리아가 도지면

  우리나라 라면을 약으로 생각하고 끓여 먹는단다

  밍밍한 그곳 음식만 먹다가

  매운맛에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감기조차 뚝, 떨어졌다는 것

 

  한 번은

  에이즈 환자였던 센터의 현지 직원이

  거의 죽음을 맞을 때

  지금 뭘 해주면 가장 좋겠느냐 물었는데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코리안 수프!”

 

  딱 두 개 남아있던 라면 중 하나를 꺼내어

  끓여주었다는데

  절반을 맛나게 먹고는 마지막 숨을 거두더라는 것

 

  기력이 쇠해 병(病)조차 이길 수 없는

  아이들에게는

  약 대신 양손에 쥐어주었다는 달걀 두 개

 

  한 끼 식량으로는 모자라

  우리에게는 간식거리에 지나지 않는

  라면과 달걀뿐인 식탁에서 오늘도

  성호를 긋는 사람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런 저녁 / 박제영  (0) 2025.01.14
파도 / 안광태  (0) 2025.01.13
서향집 일기 / 민왕기  (0) 2025.01.13
노모老母 / 한옥순  (0) 2025.01.13
헌 집 / 김윤배  (0) 202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