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배 갈라 속 긁어내는데
단 몇 초도 안 걸린다는 곰소댁,
낭창거리는 칼날이 그여자 잰 칼질의 이력이라는데
뱃놈 시절엔 계질질로 뭉칫돈 탕진하고
말년엔 노가다 십장질로 알탕갈탕 번 돈
노름방에 홀랑 갖다 바친 서방 덕에
새새틈틈 갈라진 손으로 등 푸른 어육의 배를 째고
물컹한 내장 그악스레 흝는다는 수협 공판장
일용직 잡부 곰소댁
하루도 질 날 없는 멍꽃에 신신파스 도배하듯 붙이며
"조강지처 맷구력, 첩은 좇구럭" 구시렁거리다
재차 쥐어 박힌다는 그여자 넋두리엔 소금기만
간간하다는 데 빈속에 해장이라도 한 잔 걸칠 양이면
야속함도 탓함도 싹 잊어버리고 침 발라 헤아린 일당
단단히 챙겨 집으로 직행한다는 맹하고 선한 곰소댁
휘어진 등, 곱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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